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

> 참여마당 > 고객의 소리(건의 및 고충)

제목
[칼럼]복지의 본질은 사람이다
작성자
박귀상
등록일
25-06-09
조회수
174

글 | 박귀상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 시니어리더대학 회장 / 이용자대표)

 

복지는 사람을 향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복지는 ‘사람’보다 ‘서류’, ‘현장’보다 ‘실적’에 방점을 찍고 있다. 우리는 매년 늘어나는 복지 예산과 프로그램을 자랑하지만, 정작 돌봄의 현장에선 따뜻함보다 피로감이 더해지고 있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복지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도를 위한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라는 단어가 사람보다 앞서는 순간, 복지는 숫자놀음이 되고 만다. 프로그램 횟수, 만족도 수치, 참가자 수, 홍보 자료. 복지 현장은 이제 이 네모난 틀 안에서 움직인다. 그 틀에 맞춰 설계된 사업만 예산을 받는다. 그리고 그 틀에 들어가지 못하는 ‘진짜 돌봄’은 점점 소외된다.

 

자발적인 돌봄 활동, 공동체 안의 상호 돌봄, 일상에서의 나눔과 배려는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복지의 본질이다. “얼마를 지원했느냐”보다 “누가 누구를 진심으로 돌봤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행 행정체계는 이를 담아내지 못한다. 오히려, 진심 어린 자원활동은 ‘비공식’, ‘책임 없음’, ‘통제 불가능’이라는 이유로 배제된다. 그 대신 예산은 대부분 강의, 교육, 설명회, 행사처럼 ‘정형화된 프로그램’에 집중된다. 시간표를 만들고, 강사를 부르고, 출석 체크하고, 만족도 조사를 한다. 보고서 한 장이 완성되기까지 필요한 형식적 절차는 철저하다.

 

그 결과, 진짜 사람을 돌보는 일은 ‘개인의 선의’, ‘자비의 영역’으로 떠넘겨진다. 공동체의 리더가 시간과 마음을 들여 사람들을 살피는 일,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챙기는 관계들은 행정에선 별 의미가 없다. 그들에게 지급될 활동비나 지원비는 늘 뒷순위다. “자발적으로 하신 거잖아요”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귀속된다.

 

이것이 과연 복지일까? 복지는 자발성과 책임 사이의 균형 위에 서야 한다. 그 책임은 돌봄을 실천하는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돌봄이 지속되도록 설계하고 지원해야 할 제도에게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복지는 자발성과 책임을 실적에 맞게 ‘혼합’한 구조일 뿐이다. 말로는 감사하고 존중한다고 하면서, 현실에서는 실적이 되지 않는 일엔 예산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복지라는 이름 아래, 사람은 도구가 되고 관계는 수단이 된다.

 

이제는 물어야 할 때다. 우리 사회가 말하는 복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실적을 채우기 위한 복지인가, 진짜 사람을 살피는 복지인가? 복지는 과연 숫자로 환산될 수 있는가? 아니면 관계와 신뢰로만 유지되는 어떤 것인가?

 

복지가 인간에 대한 예우라면, 우리는 보고서가 아닌 눈빛과 손길이 담긴 현장을 바라봐야 한다. 복지는 숫자가 아니다. 복지는 사람이다. 그 본질로 다시 돌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따뜻한 사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어느 한 곳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복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우리의 복지 현실 그 자체다​ 



  • 위치 : 서울시 강북구 오현로 189 (번2동 306-12)   TEL : 02-989-4215~8 FAX : 02) 989-4219 E-mail : krc4215@hanmail.net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행복소통실 박은아 사무국장
  • Copyright©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 All rights reserved. MOBILE
    Design by HiHompy